요즘 책을 읽자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생각난김에, 최근에 읽은 책과 읽고 있는 책을 간단히 소개해보자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읽은 책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저
한비야씨가 최근에 낸 에세이집이다. '중국견문록'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나름 재밌게 읽었었는데, 역시 이 책도 즐겁게
읽혔다. 한비야씨의 책은 모두 저자의 개성을 매우 강하게 담고 있다. 항상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구나' 하는
그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이 책도 역시 그랬다.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는 에너지를 여기저기 발산하고 다니는 모습은 그대론데, 그래도 이전 책들과는 달리 이 책에선 소소한 일상
이야기도 상당히 들어있어 즐겁게 읽었다. 한비야씨 말로는 기존에 자신이 썼던 책들과는 달리 그냥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이전 한비야씨 책을 즐겁게 봤던 분들, 그리고 수필 읽는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난 이 책을 추천하겠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 헤르만 헤세 저 / 김지선 역
산지는 꽤 된 책인데 읽지 않고 있었다. 사실 집에 뒤져보면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많이 쌓여있을텐데, 빨리 그 책들을
청산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새 책을 사게 되는 그런 심리가 있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지나가다가 언뜻 눈에 띄어서 첫
글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사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사실 '독서의 기술'을 논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헤세가 독서라는 취미부터 시작하여 책 수집, 글쓰기, 문학 등 책과
독서에 관한 짧은 기고문이나 수필을 모아놓은 하나의 단편집이다. 원래 독일의 한 신문사 편집장이 글을 엮었고, 원제는 '책의
세계'이다.
원제가 나타내주듯, 이 책은 '책의 세계'를 바라보는 헤르만 헤세의 시각을 담고 있다. 글 하나하나에서 헤세의 글, 책, 문학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데 꽤나 즐겁다. 최근에 책도 별로 보지 않고 의미없이 시간 때우는 독서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예전에 느꼈던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또, 헤세의 글투가 나와 잘 맞는지 술술 읽히고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살아있다는 감각이 느껴져서 읽을 때 더없이 행복했다.
독서를 왜 하는지 그 당위성이 부족하다 싶을 때, 내가 의미없는 독서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 이 책을 보고 헤르만 헤세의 팬이 되어버렸다.
읽고 있는 책
요양객 / 헤르만 헤세 저 / 김현진 역
나는 복잡하고 치밀한 장치를 보고 해석해야 하는 소설보다는 그 사람의 철학이 더 거칠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수필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마침 생일이라 친구들에게 헤르만 헤세의 저작물을 선물받고 싶다고 광고를 했더니 한 친구가 이 책을 줘서 즐겁게 읽고
있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방랑', '요양객', '뉘른베르크 여행', 총 세 작품을 담고 있다. '방랑'은 모두 읽었는데, 헤세가 시민, 혹은
교양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접어두고 자연을 벗삼아 방랑하던 때에 쓴 수필연작이다. 역시나 멋진 글솜씨로 자신이 보고 느끼고
사고했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은 '요양객'을 읽고 있는데 최근엔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환경이 안 만들어져서 좀 쉬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헤세의 생각 흐름은 굉장히 독특하지만 멋지고, 그 흐름을 따라 흘러가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한 문장을
읽고 백 가지 생각을 하고- 그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가
된다.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 칼 폴라니 저 / 홍기빈 역
역자인 홍기빈씨가 쓴 서문에서 주류 경제학자들을 고대의 제사장에 비유한데서 상당히 감명받았다. 친구가 쓴 감상을 보고 원문이
읽고 싶어 빌렸는데, 아직 제대로 시작하진 못했다. 저자는 기존의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는 문제가 있으며 좀더
사회와 문화에 경제가 연결된 방식을 실질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자본주의는 상품화 해서는 안
되는 것들 -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노동능력, 사회적 신뢰를 의미하는 화폐 등 - 을 상품화 했기에 근본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다른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본격적인 내용은 이 책을 모두 읽고 올려보도록 하겠다.
작품을 통한 현대음악의 흐름 / 백병동 저
일견 전공서적처럼 보이는 책이고 읽지도 못하는 악보가 잔뜩 실려있지만, 의외로 클래식에 어느정도 관심만 있다면 즐겁게
읽어볼만하다. 교보문고에서 음악서적쪽 코너에 갔다가 '백병동 평전'이 있어 잠시 들춰봤는데, 상당히 우리나라 현대음악사에
기여하신 분인 듯 했다. 결국 이 책을 사는데 주저함이 좀 줄어들어 사게 되었는데, 역시 사길 잘 한것 같다.
현대음악 - 저자는 현대음악Modern Music보다는 동시대음악Contemporary Music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어하지만 - 의 민감한 흐름을 예술사 전반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특히 미술이나 문학 사조, 문화적
변혁, 그리고 사회-정치적 변화를 잘 연결지어 읽기 좋게 되어있다. 매년 발표된 주요 곡과 그 곡들의 발췌 악보가 수록되어있고,
그 곡들이 갖는 의미를 꼼꼼하게 서술하여 이해를 돕는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나서 들어봐야할 곡 목록이
마구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얼터너티브 드림 / 복거일 외 9인 저
이건 사실 산 지 몇 년 된 책인데 아직도 꾸물대고 있다. 한국 SF 작가 10명이 쓴 십인십색의 SF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한 3개쯤 읽은 상태로 답보상태인데, 각 글마다 편차가 커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이영도씨의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상당히 좋았다.
읽을 예정인 책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저 / 박병덕 역
역시 생일선물로 받은 책이다.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지만, 헤세의 책이라 기대중이다. '요양객'을 모두 읽으면 시작해볼 예정이다. 다만, 단편의 모음이 아니라 날을 잡아 하루에 읽어야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 로베르 주르뎅 저 / 최재천 역
음악 인지에 관한 책이다. 아슬아슬하게 교양과 전문서적의 경계에 있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실제 실험 결과 등도 들어있어 꽤나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음, 화음, 선율, 박자를 인지하는 과정에 이어 연주, 작곡, 감상을 할 때 일어나는 인지과정으로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간다. '현대음악의 흐름'을 모두 읽으면 이 책을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