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희는 음악에서 다이내믹 등을 이용해 음을 질을 바꾸는 등의 효과성 요소를 배제하고 온전히 각 음을 추상적인 요소로 생각하여 철저하게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절대음악을 추종한다. 그래서 책 여기저기서 표제음악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묘사하는 음악을 꺼려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예술가답게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하게 가지고 있으며 살짝 고집센 할아버지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고집이 이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본문에서 강석희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조금 발췌해보았다.
작곡가가 작곡한다는 것은 순수한 음과의 대결을 의미한다. 소리에는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에 차갑고 냉정하다. 이 소리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 작곡하는 행위인 것이다. 내가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을 믿는 것도 물자체(Ding an sich)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음 그 자체(Ton an sich)는 소리에 의미가 없음을 말한다. 그렇지만 음악의 신비함은 그렇게 이성적으로 작곡되었는데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입장에 있다. 다만 어떤 음렬이나 어떤 음악적 구조가 감정이나 심리 상태에 영향을 어떻게 주는지 그런 생물학적이고 임상적인 부분에도 좀 더 관심이 있다는게 다른 점이랄까. 기본적으로 뇌가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그리고 아직까지도 음악의 형태는 추상화된 음의 집합이지 단순히 소리의 집합이 아니다. 따라서 먼저 추상화된 기호열로서 음악에 접근해야하며, 이 기호열의 규칙을 적절히 결정하는게 물리 법칙과 뇌의 음인지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