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otum per ignotius라는 용어는 라틴어 구문으로,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란 뜻이다. 즉, 어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더 생소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출처 : 위키피디아)
수학을 전공하다가 가끔 비 전공자에게 수학 개념을 설명해야할 때 이런 상황이 가끔 생긴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개념들을 가져와서 괜히 설명한다던가, 일반적인 경우로 문제를 바꿔서 더 어렵게 푼다던가.
Ignotum per ignotius라는 용어는 라틴어 구문으로,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란 뜻이다. 즉, 어떤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더 생소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출처 : 위키피디아)
현대 음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음악에 '수학적 구조'를 담았다거나 음악을 작곡하는데 수학을 사용했다는 말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도대체 음악을 만드는데 수학을 어떻게 사용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엔 어떤 가치가 있단 말인가.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음악에 어떻게 가치를 매길 것인가'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사람이 음악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관계된 문제다. 어떤 주파수의 집합을 음악으로 인지하며 어떤 소리를 더 듣기 좋아하고 어떤 음렬을 더 아름답게 느끼며 감정적으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아직 많은 것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인지과학 분야의 일부분에선 이런 음악인지에 관한 연구를 한다.
이런 인지과학적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과연 어떤 곡을 작곡하는데 수학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그리고 만일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선 상당히 의문이 든다. 물론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것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유의미한 행위여야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논리 기호나 집합을 이용하여 조작한 기호열을 단순히 음렬로 바꾸어 악보에 옮겨놓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열심히 계산해서 만들어낸 악보에 어떤 유의미한 정보가 담겨있을까? 그렇게 만든 곡을 발표하고 발행하면서 수학을 사용하였다고 말하고 음악가들 사이에서만 이 곡을 이해받을 수 있어도 좋다는 자세는 음악을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애초에 악보를 봐야만 그 곡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다면 그 음악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또한 음렬의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구조에만 가치를 둔 곡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기호열과 무슨 차이인가? 듣고 작곡가의 의도가 느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음악 아닐까? 현대 음악 중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의 음악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곡이 많다. 작곡에 수학적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하기 이전에 그런 기법을 사용하여 생겨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할 일이다.
아무리 추상적인 수학 분야도 언젠가 실제 현상을 설명하는데 쓰인다. There is no branch of mathematics, however abstract, which may not someday be applied to the phenomena of the real world.-니콜라이 로바체프스키
신은 수학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는다 - 그는 실험하여 조정할 뿐이다.(출처 : 위키피디아)
God does not care about our mathematical difficulties - He integrates empirically.-알버트 아인슈타인
직관주의 학파
예전 글 중에 Legendary Function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해석학과 정수론, 그리고 선형대수학을 수강하고 있는데, 예전 글의 'Legendary'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과정이 많았기에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쓴다. 증명 과정 등에서 어떤 논리적인 합당함, 즉 타당성 없이 어떤 것을 가정하여 '그것에 대해 잘 성립하므로' 옳다라고 주장하는 방식이 바로 이 방식이다. 이 방식은 종종 수학 문제에서 쓰이며, 특히 고난도 수학경시 문제의 풀이에서 많이 보이는데, 보조선을 그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이 Legendary한 방법에 속한다.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역추적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역추적 방법이란 문제의 답으로부터 거꾸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 극한의 정의에서, 우리는 임의의 에 대해 위 조건을 만족하는
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위의 조건에서 if 구문에 선행하는 것은
에 관한 조건이다. 따라서,
에 대한 식으로부터 관련된
을 찾아내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를 가정하여
을 찾고 과정을 역으로 하여 마치
에 대해
를 찾은 듯 증명을 완결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증명을 완결시키는 경우, 풀이 과정에서 역추적의 과정은 불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경우 우리는 앞에서 한 역추적의 과정을 생략한 채로 어떤 특별한
를 가정하여 저 조건을 만족함을 보여 증명을 만족스럽게 끝마친다.
한편, 규칙성을 찾아야 하는 문제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떤 복잡한 선형이 아닌 계차 방정식이 주어져 있고, 이것의 성질에 대해 탐구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는 보통 계차 방정식의 일반식을 먼저 구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겉보기로는 선형이 아니라 일반식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계차방정식이라 할 지라도, 의외의 규칙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초항부터 몇개의 항을 계산하는 방법을 통해 규칙성을 찾으려 할 것이다. 복잡한 계차 방정식과 같은 관계식이 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초항을 얼마 적어보고 규칙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찾아진 규칙성은 귀납법을 통해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루어지는 어떤 연상과정은 풀이에 생략되는 경우가 많고, 어떤 특별한 듯 보이는 것을 가정하여 귀납법으로 푸는 풀이는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Legendary라고 느끼는 많은 풀이들은 아마도 이러한 역추적의 과정이나 규칙성의 발견 등, 인간이 풀이를 위해 해온 연상과정을 생략하기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풀이가 간결하지 못하고 증명 과정 자체에는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증명을 줄인다. 하지만, 그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논리적 전개에 허점이 없을지라도, 비록 그 풀이가 매우 신비한, Legendary proof라 할지언정 연상과정은 명시되어야만 한다. 신비한 풀이를 하고자 노력하지 말자. 충분한 설명과 구성적이고 이해가 쉬운 풀이를 남들에게 보이자. 시작이 반이라 했다. 전개 부분의 논리적 흐름이 누구에게나 매끄러울 수 있는 풀이야말로 진정한 Legendary proof라 생각한다.